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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광장에 다시 섰다. 손자가 자라 그들 세대가 꿈꾸는 광장은 또 어떤 모습일지 전혀 상상할 수는 없다. 유리로 뒤덮인 새 시청사는 위용을 뽐내지만 그 모습은 눈에 설다. 다행히 당초 설계에는 없는 장송과 느티나무 몇 십 그루가 심어져 삭막함을 감추게 한다. 이제는 유물처럼 자그마해진 일제 식민지통치의 잔재인 구청사를 전부 부수지 않고 시청 도서관으로 개조한 열정적인 독서가인 박원순 시장의 문화리더십이 고마웠다. 어쩌면 서울 르네상스 같은 현란한 선전문구로 도배되었을지도 모를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도자 한 사람을 잘 선택한 시민의 기쁨이 이런 것이다. 높은 책장의 벽엔 책이 가득하고 넓은 계단을 꽉 채우고 있는 창조적인 상상력의 공간에 부모의 손에 이끌려온 아이들이 책에 빨려 들어간 모습은 장관이다. 좀이 쑤시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녀석들도 있다. 처음 경험하는 도서관인데 조금 부산을 떨더라도 웃어넘기기로 했다. 바로 문을 열면 시청광장에서 스케이트를 지치고 있는 친구들보다야 훨씬 인내력 있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한 세대가 지나면 이 사회를 이끌 꿈나무들이 그들 속에서 성장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새해 선물, ‘세상 가장 큰 책’
겨울산은 낙엽 떨어진 그 나무의 키만큼이나 다소곳이 낮아진다. 폭설로 쌓인 눈으로 다시 키가 커진다 해도 그 고즈넉한 나목들의 합창으로 포근하긴 마찬가지다. 겨울이 한겨울로 성숙하는 원시의 폭설 속에 나남수목원 산행에 초대된 외우(畏友) KBS 임병걸 시인이 <세상 가장 큰 책>이란 시를 선물했다. 과거완료형이 아닌 “푸른 쉼표”라는 시구의 새해 축복이 그지없이 고맙다. “세상을 향해 종이 위에 침묵의 말 건네던 사람 언제부턴가 더 큰 침묵의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그는 돌멩이로 모음을 쓰고 나뭇가지로 자음을 썼다 흐르는 계곡의 물과 능선을 넘어온 바람으로 줄거리를 만들었다/ 책은 나무가 산고 끝에 잉태한 아들 평생 책의 아들이었던 그는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듯 나무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세상의 유혹에 흔들릴 때 구상나무 심고 세상이 그리울 때 빠알간 복자기 심었다 세상이 답답할 때는 쭉쭉 뻗는 낙엽송 심었고 세상에 고함치고 싶을 때는 활활 타오르는 자작나무 심었다/ … 마침내 세상 가장 큰 책을 쓰고는 흙 묻은 등산화에 낡은 청바지 입은 그도 한 그루 느티나무 되어 책속의 쉼표로 찍혔다 겨울에도 푸른 쉼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