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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마음은 번뇌와 망상 없이 늘 평화로운데 눈 귀 코 혀 피부가 대상을 만나서 좋은 것은 취하고, 싫은 것은 버리려는 분별을 끊임없이 일으킨다. 또한, 과거의 경험이 현재 나의 망상을 만나고, 이것이 다시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들을 확대 재생산한다.
옛날에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말이 있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볼 때에도 눈은 활자를 따라가는데 눈에 들어오는 단어에 따라 다른 생각에 빠져 집중이 안 되는 경우도 그렇다.
집착하는 마음에서 혼란과 불행이 온다
또 한가지, 여기 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버지가 웃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노래 부르기도 한다. 그런 아버지가 앞에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아버지를 보면서 가장 좋아했던 때의 아버지와 친구의 아버지, 그리고 소설책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이미지를 덧씌워 좋은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나쁜 아버지라 이름 붙이기도 한다. 내 관념이 만들어낸 아버지의 이미지가 진짜 아버지로 둔갑해버리는 것이다. 어디 아버지뿐인가. 선생님 남편 아내 아들에 대해서도 내 요구대로 만들어진 상(相)을 기대한다. 그 상이 늘 만족스러울 수 없기에 실망과 갈등이 생겨 불행해지는 것이다. 색안경을 쓰고 세상이 노랗다 빨갛다 하는 격이다. 색안경을 벗으면 해결되는데 그걸 모르는 것이다.
이렇듯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 어두운 것처럼 우리가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집착하는 마음과 복잡한 생각과 고정된 생각은 우리를 얽매이고, 혼란스럽고, 불행하게 왜곡시킨다.
우리는 밖으로도 분주하게 찾는다. 나에게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은 어디에 있는가. 달력의 붉은 글씨, 배낭 메고 세계 일주하는 때, 학교 졸업 후, 아이들이 결혼 한 다음일까? 나에게 평화로운 곳은 어디에 있는가. 안정된 내 집이나 방, 남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일까? 나에게 행복한 시간은 언제인가. 멋진 옷을 입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며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영화 한 편을 보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일까?
차를 마실 때 순수한 색과 향과 맛을 우려내듯이 머물지 않는 성품에서 자유로움을 찾고, 번뇌와 망상이 없는 성품에서 평화로움을 찾고, 고정된 생각이 없는 곳에서 행복을 찾는다. 오늘 아침 작설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오롯이 색, 향, 맛의 삼매에 든다. 군더더기 없는 다선일미의 경지다. 참 성품의 경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