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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산의 회혼례(回婚禮) [박석무]

문근영 2012. 10. 24. 07:32

다산의 회혼례(回婚禮)

다산의 일생은 우연스럽게도 숫자놀음에 희한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18년이라는 햇수가 겹치는 것이 이상합니다. 그리고 18이라는 숫자가 특이하게 겹치고 있습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감옥에서만 18일 구금되어 있었는데, 귀양살이도 18년이었으며, 22세에 정조의 첫 만남 이후 18년 만에 정조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57세에 해배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18년째에 또 다산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상하게도 숫자로 맞아떨어지는 운명이라고나 할까요.

다산은 15세에 결혼하여 60년이 지난 75세에 세상을 뜨는데, 눈을 감는 날이 음력 2월 22일인데, 60년 전에 결혼식을 올리던 날이 바로 2월 22일이었고, 그날은 바로 결혼 60주년을 맞는 회혼례를 치러야 할 날이었습니다. 회혼잔치를 베풀려고 가족·친척·제자들까지 모두 모였는데, 회혼례를 거행하지 못하고 아침 식사 직후 다산은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다산은 그날 죽음을 맞을 것으로 예견이라도 했던 것처럼 3일 전인 19일에 ‘회근시(回巹詩)’라는 생애의 마지막 절필을 남겼습니다.

60년 풍상의 세월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가 六十風輪轉眼翻
복사꽃 활짝 핀 봄 결혼하던 그해 같네 穠桃春色似新婚
살아 이별 죽어 이별 늙음을 재촉했으나 生離死別催人老
슬픔 짧고 즐거움 길었으니 임금님 은혜 감사해라 戚短歡長感主恩
오늘밤 목란사(木蘭詞)는 소리 더욱 다정하고 此夜蘭詞聲更好
그 옛날 붉은 치마에 유묵(遺墨) 아직 남아있네 舊時霞帔墨猶痕
쪼개졌다 다시 합한 것 그게 바로 우리 운명 剖而復合眞吾象
한 쌍의 표주박 남겨 자손들에게 넘겨주노라 留取雙瓢付子孫

옛날 악부(樂府)의 하나인 ‘목란사’는 남장하고 출정한 아내의 무용담을 남편이 아내에게 읽어주는 글로, 금실이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였고, ‘하피첩’ 이야기는 귀양살이 10년째에 아내가 보내준 시집올 때 입었던 다홍치마를 첩으로 재단하여 자녀에게 교훈적인 글을 적었던 내용을 생각해냈습니다. 음력 2월이면 한창 복사꽃이 피는 꽃의 계절, 자연은 어김없이 결혼하던 그해처럼 회혼의 날에도 꽃은 만발했으니, 다산은 또 그걸 놓치지 않고 멋지게 묘사하였습니다. 그런 파란 만장한 삶을 살고도 슬픔 짧고 기쁨 길었다고 긍정하며 임금님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유교주의자의 본색도 그냥 스스럼없이 드러냈습니다.

금년은 다산 탄생 250주년입니다. 태어난 날은 음력 6월16일, 약력으로는 8월5일입니다. 금년의 250주년을 기념해, 우리 연구소와 실학박물관이 힘을 합해서 다산의 회혼례를 복원해보기로 했습니다. 8월 4일(토요일) 오후 4시, 다산이 생전에 살으셨던 마재의 ‘여유당’ 뜨락에서 회혼례와 그에 다른 잔치를 베풀게 됩니다. 몇 시간 차이로 생전에 치루지 못한 세상에 드문 그 잔치를 올려드립니다. 다산선생은 기쁜 마음으로 우리의 정성을 받아드리리라고 믿습니다.

176년 만에 올리는 회혼례, 선생을 사모하고 숭앙하는 모든 분들이 모여 금세기의 희한한 잔치 ‘다산회혼례’를 거행해봅시다. 많은 분들을 초대합니다. 함께 모여 다산의 뜻을 되새기는 날이 되기를 빕니다.

박석무 드림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이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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