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초우(初虞) - 문근영

문근영 2012. 10. 7. 12:00

 

초우(初虞) - 문근영

 

 

육신에 매달려있던 옷고름을 끌렀다

 

처음으로 시간의 벽을 허문 그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벌거벗은 빛과 공기를

한 벌 단단히 입고

 

눈부신 내세를

반사하듯

그대는 누워 웃고 있었다

 

곁에 있는 듯 없는

우주 공간을 뒤흔들며

 

바람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밤

 

모두 제자리에 남아 있는데

머리털로 미투리를 삼으며

 

나만 홀로

발굴의 호밋날이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었다

 

 

초우(初虞):매장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 빈소(殯所)에 혼함을 모시고 지내는 첫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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