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初虞) - 문근영
육신에 매달려있던 옷고름을 끌렀다
처음으로 시간의 벽을 허문 그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벌거벗은 빛과 공기를
한 벌 단단히 입고
눈부신 내세를
반사하듯
그대는 누워 웃고 있었다
곁에 있는 듯 없는
우주 공간을 뒤흔들며
바람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밤
모두 제자리에 남아 있는데
머리털로 미투리를 삼으며
나만 홀로
발굴의 호밋날이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었다
초우(初虞):매장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 빈소(殯所)에 혼함을 모시고 지내는 첫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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