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문근영
아찔한 저 높이를
건너뛰면 그대에게 닿을 수 있을까
체액은 끈끈해서 깊게 박는 발자국
성당 외벽 붉은 벽돌을 층계처럼 오르는
담쟁이에게 오색유리 안쪽은 엿보고 싶은 성지다
펼친 부채로 흔드는 잎들
시간의 끈을 동여매지만
흔들리는 순간, 성당의 기도가 있어
나름, 독하게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다 끈끈한 그리움
밀어 올리는 줄기의 발바닥은 촉촉해서
붉은 벽은 짓눌러 달라고 하지만 찢긴 구멍으로
바람이 빠져나간 담쟁이는 여유만만이다
내 넝쿨 안에도 위로 오르는 힘이 있어
덫을 뚫고 발 내딛으면
하늘을 흔들며 그대를 포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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