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넝쿨 - 문근영
끈끈한 체액으로 짓눌러봐 나를
끊어지지 않는 미움의 발바닥으로
그리워해 봐 나를
오늘도 생명줄 걸고 암벽을 타고 오른다
발자국 깊게 박는 담쟁이넝쿨
떠나간 임의 그림자 걷어 올리며
사랑과 증오의 바람을 탄다
부챗살 같은 여린 발로
길고 긴 시간의 끈을 동여매며 독하게 산다
끈끈한 그리움의 입김으로
촉촉한 줄기 밀어 올리며 넘는다 그 높이를
푸른 힘줄 발바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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