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담쟁이넝쿨 - 문근영

문근영 2012. 8. 9. 16:04

담쟁이넝쿨 - 문근영



끈끈한 체액으로 짓눌러봐 나를
끊어지지 않는 미움의 발바닥으로
그리워해 봐 나를
오늘도 생명줄 걸고 암벽을 타고 오른다
발자국 깊게 박는 담쟁이넝쿨

떠나간 임의 그림자 걷어 올리며
사랑과 증오의 바람을 탄다

부챗살 같은 여린 발로

길고 긴 시간의 끈을 동여매며 독하게 산다

끈끈한 그리움의 입김으로 

촉촉한 줄기 밀어 올리며 넘는다 그 높이를

푸른 힘줄 발바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