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 문근영
어머니, 오래 사시라고
마련해둔 옷자락마다
어룽지는 그 무엇이 있다
향기 없이 내린 서리꽃이거나
욱신대는 검버섯
좀이 슬어 구멍이 나버릴
옷들의 마지막 종착역을 바라본다
나란히 널어 놓은 흰 옷가지들
해 종일 늘였다, 줄였다 키를 재다가
바람에 느슨해질 만큼 느슨해진 뒤에야
자신이 누른 빨랫줄이
마당 한 귀퉁이에 닿아 있음을 안다
열 입 곱 처녀 가슴처럼 탱탱하게 당겨질 때에야
비로소 빨랫줄의 정성을 이해하는 수의,
이승과 저승의 끈을 이어주며
환한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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