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천국 - 문근영
턱까지 숨 닿게 뛰던 사람들이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의자에 앉아 있다
바닥 검은 개울 흐르던 고향
달걀, 오이, 단무지, 맛살, 당근, 햄, 우엉을 둘둘 말아
싹둑 잘라 논 생채기엔 별의 냄새가 가득했다
배가 고플수록 맑은 꿈 찾아가던 어린 날
아버지가 깨우던 그 새벽의 머리맡에는
물살 거슬러 오르는 숭어떼가 가득했다
징검다리보다 키가 훌쩍 커버린 지금
생기로부터 부산하던 삶은
어느 순간 차곡차곡 포개지는 빈 그릇을 끌고 간다
개울이 휘어진 허리를 펴고
꿈이 닳고 닳아 희미해진 나를 쓰다듬고 있다
연중무휴로 문을 여는 24시간 그곳
수시로 들락거리는 천사들은
신의 축복을 받은 게 분명하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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