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뼈 / 문근영
수증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제 살을 찢어 눈물을 뿌리는
저 안개구름으로부터
투명한 물의 눈동자로부터 시작되었다
허공의 방, 갈라진 벽 사이로 모서리 공글리며
내려온 물방울이 물의 혈관 따라 흐르다가
영하의 입김에 희고 단단한 뼈대를 세운다
서로 부둥켜안고 몸집을 부풀리며 살을 찌운 뼈들이
강의 문을 열고 물결의 등을 밀며 뒤척이다
서로 부딪혀 쨍그랑 사금파리가 된다
은물결 위 고요하던 풍경이 수런거리며
물의 뼈 하나 날카롭게 가슴속 비수로 박힌다
오래 흘러온 것들의 상처가
물 비늘처럼 반짝이던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물결치는 시간의 베일을 헤치고
올올이 손에 잡히는 햇살 따라 칭칭 동여맨 몸 풀며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듯 은비늘 벗기는 물의 뼈
세상의 가슴들을 흔들어 뛰게 하는 단단한 이별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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