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剪枝)
배한봉
복숭아나무 가지마다 꽃눈이 싱싱합니다.
복숭아나무는,
그악스런 눈바람 견디느라 좀 늙었지만
아직 힘이 팔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나는 얽히고설킨 가지를 자릅니다.
지치고 아픈 과거시간을,
잘 보이지 않는 내 삶의 곁가지를
환한 봄볕에 잘라 말립니다.
고통의 능선 너머에 결실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 속 만 가지 생각 중에
실한 열매가 되는 것은
한두 개도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시집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문학의전당, 2006)
▶배한봉=1962년 경남 함안 출생. 시집으로 '흑조' '우포늪 왁새' '악기점' 등이 있으며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무엇을 자른다는 것은 아픈 일입니다. 그 중 실한 꽃눈을 달고 있는 가지를 환한 봄볕 아래 자른다는 것은 더욱 못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 고통 너머에 실한 결실의 가을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이 아픔을 이겨냅니다.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랍니다. 만 가지 생각 중에서 실한 열매가 되는 것은 한두 개도 안 된답니다. 아픔이여, 우리는 어쩝니까. 성선경·시인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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