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김예강] 저녁이 되기 아직 조금 전

문근영 2012. 1. 13. 12:40

저녁이 되기 아직 조금 전

 

김예강

 

 

아마 쓰다듬어 주는 시간이 되겠지
쓰다듬어 준다는 것
나무 아래 서 있는 것과 같겠지
움푹한 발자국 나뭇가지 같은
두 팔 여리게 휘어진 등줄기를 가진 두 눈이
뭉게구름을 따라가는 것이겠지
두 눈이 뭉게구름을 바라보는 것
내 두 손이 내 얼굴을 쓰다듬을 때
나무와 나무들은 불을 켜지
아직 생겨나지 않은 세계가
나뭇가지에 귀 갖다 대보고
손 짚어 보는 것이겠지
어루만지는 것이겠지
뭉게구름이 내 눈을 어루만지듯



―『시와반시』(2009. 가을)



▶김예강=1961년 경남 창원 출생. 2005년 '시와 사상' 등단. 시울림 동인, 웹진 '시인광장', 계간 '시와 사상' 편집장.

 



**시인은 꿈나무를 키우는 정원사입니다. 장차 대들보가 될 나무들 각기 다른 개성과 꿈이 쭉쭉 가지를 뻗어갑니다. 쉴 새 없이 모양을 바꾸는 뭉게구름 꿈을 전정하지 않습니다. 청진기 끝에 사랑을 들고 꿈의 안색을 살핍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나무는 엇나가지 않습니다. 아직 생겨나지 않은 세계, 귀를 갖다 대면 나무뿌리에서 우듬지까지 체관과 물관을 따라 쿵쾅! 쿵쾅! 사랑의 이어달리기로 떠들썩하겠습니다. 왁자지껄 꿈나무들 집으로 돌아가고 시로 쓴 일지 한 편, 사랑이 사랑을 낳는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품어봅니다. 전다형·시인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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