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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인육]후레자식-[이시영]어머니 생각

문근영 2012. 1. 1. 11:25

후레자식


             김인육

 


고향집에서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셋, 치매 앓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보낸다


시설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료에도 도움이 돼요

1년도 못가 두 손 든 아내는
빛 좋은 개살구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서고
외며느리 병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
버럭 고함을 질러보긴 하였지만, 나 역시 별수 없어
끝내 어머닐 적소(適所)로 등 떠민다
 

에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나?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생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내다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속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고려장이 별 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끼리 쓸리어
못 죽고 사는 내 신세가 고령장이지
 

어머니의 정신 맑은 몇 가닥 말씀에, 폐부에 찔린 나는
병든 개처럼 허정거리며


21세기 막된 고려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이 되어
퉤퉤, 돼먹지 못한 개살구가 되어

 
-계간『다층』(2009,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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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각

    

              이시영

 


어머니 앓아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외출할 때나 출근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네
우리 어머니 빈집에 갇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돌아와 문 앞에서 쓸어내렸던 수많은 가슴들이여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나 자장가 불러드리며 손목에 묶인 매듭 풀어드리면
장난감처럼 엎질러진 밥그릇이며 국그릇 앞에서
풀린 손 내미시며 방싯방싯 좋아하시던 어머니
하루 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네

 


-월간『현대시학』(2011, 7월호)

 

출처 : 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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