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
이재무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시집 『 경쾌한 유랑』 (문학과지성사, 2011)
▶이재무=1958년 충남 부여 출생. 시집으로 '섣달 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푸른 고집' '저녁 6시' 등.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 수상.
적당히 튀어나온 배, 제법 두툼해진 지갑 우리는 중년이다. 나날이 반복되는 일상. 그렇고 그런 친분. 간혹 상갓집에서나 만나 안부를 전하고, 아이들의 근황을 묻고, 건강을 걱정하는 중년. 이제 무엇에 간절해본 기억이 아물아물하다. 간절하다는 것은 지성을 다하는 일. 우리는 지금 무엇에 지성을 다하나.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는다. 성선경·시인
-[국제신문]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최영철] 검은 물 (0) | 2011.12.28 |
---|---|
[스크랩] [고광헌] 도배 (0) | 2011.12.28 |
[스크랩] [김사인]아카시아 (0) | 2011.12.28 |
[스크랩] [손종호] 칡 (0) | 2011.12.28 |
[스크랩] [유종인] 이끼 2 (0) | 2011.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