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2
유종인
그대가 오는 것도 한 그늘이라고 했다
그늘 속에
꽃도 열매도 늦춘 걸음은
그늘의 한 축이라 했다
늦춘 걸음은 그늘을 맛보며 오래 번지는 중이라 했다
번진다는 말이 가슴에 슬었다
번지는 다솜,
다솜은 옛말이지만 옛날이 아직도 머뭇거리며 번지고 있는
아직 사랑을 모르는 사랑의 옛말,
여직도 청맹과니의 손처럼 그늘을 더듬어
번지고 있다
한끝 걸음을 얻으면 그늘이
없는 사랑이라는 재촉들,
너무 멀리
키를 세울까 두려운 그늘의 다솜,
다솜은 옛말이지만
사랑이라는 옷을 아직 입어보지 않은
축축한 옛말이지만
-시집 『사랑이라는 재촉들』(문학과지성사, 201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김사인]아카시아 (0) | 2011.12.28 |
---|---|
[스크랩] [손종호] 칡 (0) | 2011.12.28 |
[스크랩] [도종환]여백 - [안도현]간격 (0) | 2011.12.28 |
[스크랩] [고광헌] 가을 단상 (0) | 2011.12.27 |
[스크랩] [고광헌] 어머니가 쓴 시 / 어머니의 달리기 (0) | 2011.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