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물의 꿈
고광헌
풀 먹은 물의 꿈은
반지하 다섯 식구의 따뜻한 방
스르륵
벽지는 둥근 전신을 푼다
물은 온몸으로 낮아져
힘겹게 직립의 벽과 만난다
도배의 마지막은
웃자란 벽지의 키를 맞추는 것
물의 꿈에 취한 벽지는
벽과 한몸이 된 듯 맞서기도 하지만
묵직한 쇠잣대에
즐겁게 가위눌린다
방의 키에 제 몸을 맞춘다
창밖은 봄바람
고향처럼 아늑한
직립의 방
물의 꿈이 이뤄진다
-시집『시간은 무겁다』(창비, 201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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