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골분교 김성구 교사
신경림
북한강가 작은 마을 말골분교 김성구 교사는
종일 남에게서 배우는 것이 업이다
오십 명이 좀 넘는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밭매는 그애들 어머니들한테서 배운다
뱃사공한테 배우고 고기잡이한테 배운다
산한테 들한테 물한테 배운다
제 아내한테도 배우고 자식한테도 배운다
남들이 그를 선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이렇게 배운 것들을
아무한테도 되돌려준다고 말하지 않는대서다
그는 늘 배우기만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질문에서 배우고 또
아이들의 장난과 다툼에서 배운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모르랴
배우기만 한다는 그한테서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똑같이 배우고 있다는 것을
더불어 살면서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는
평범한 진리마저 모르는 저 잘난 사람들이
자기만이 가르치고 이끌겠다고 설쳐대어
세상이 온통 시끄러운 서울에서
백리도 안 떨어진 북한강가 작은 마을 말골에서
-시집『신경림 시전집 2』(창비, 2004)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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