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을 베고 눕는 것들
오늘
나, 모든 것을 무게로 표현하지.
발끝의 가벼운 만남과
가슴을 누르는 아픔도
정확히 숫자로 보여 줄 수 있지
네가 내 몸에 오르면
제로였던 시간들이 깨어나
나를 움직이게 하지
내 눈빛의 바늘은
상수리 숲을 지나 화려한 저녁식탁을 가리키지
네가 내 손가락에 끼워주던 약속의 무게
몇 온스의 와인을 삼킨 입술의 무게
마지막 밤의 절정은 몇 킬로그램이었을까
네가 내려간 자리에 아직도 남아있는
무게의 흔적
탄력 좋은 스프링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조금 비뚤어졌던 눈금이 아픈 건
너와 내가 나누었던 사랑이 결국
0은 아니라는 뜻일까?
내 몸의 바늘은 아직도 네 무게에는 민감해
모든 것을 눈금으로 표현하지.
『서시』(2006년 신인상 당선작 5편 중에서)
--------------
오늘 / 2006년 《서시》로 등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서귀자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신경림]말골분교 김성구 교사 (0) | 2011.12.24 |
---|---|
[스크랩] [정재숙] 뚝 (0) | 2011.12.24 |
[스크랩] [ 이만섭] 날개의 영역 (0) | 2011.12.23 |
[스크랩] [황지우]눈보라-[최승호]대설주의보 (0) | 2011.12.23 |
[스크랩] [황지우]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0) | 2011.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