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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늘] 저울을 베고 눕는 것들

문근영 2011. 12. 24. 16:24

 

저울을 베고 눕는 것들

 

오늘 

 

 

나, 모든 것을 무게로 표현하지.

발끝의 가벼운 만남과

가슴을 누르는 아픔도

정확히 숫자로 보여 줄 수 있지

 

네가 내 몸에 오르면

제로였던 시간들이 깨어나

나를 움직이게 하지

내 눈빛의 바늘은

상수리 숲을 지나 화려한 저녁식탁을 가리키지

네가 내 손가락에 끼워주던 약속의 무게

몇 온스의 와인을 삼킨 입술의 무게

마지막 밤의 절정은 몇 킬로그램이었을까

네가 내려간 자리에 아직도 남아있는

무게의 흔적

탄력 좋은 스프링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조금 비뚤어졌던 눈금이 아픈 건

너와 내가 나누었던 사랑이 결국

0은 아니라는 뜻일까?

 

내 몸의 바늘은 아직도 네 무게에는 민감해

모든 것을 눈금으로 표현하지.

 

 

 

                  『서시』(2006년 신인상 당선작 5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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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 2006년 《서시》로 등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서귀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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