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의 영역
이만섭
새의 공중이 있다
허공뿐인 듯해도 수많은 능선으로 이루어진
산들을 좇는 분망함은
외경에 해상도를 들여놓았을 뿐인데
날갯짓은 한사코 산맥을 넘는다
첫 비상에서부터 끊임없이 진화해온 날개는
여전히 어디론가 팽창 중인 듯
좌우대칭의 너비를 긋는 동선이 활기차다
저 반원의 높낮이로 옷깃을 터는 외재율은
바람을 불러 부양하는 듯싶지만
숫제 깃털에 힘입은 터에
비상하는 소리 자연스러워지면 허공은 더욱 가벼워질 것이다
무릇 날개는 무게를 줄여야 날개답다
절벽에서 추락하는 경우나
유사한 행위는 무게를 단 듯 억지스럽다
그것들은 깃털도 없이 허공을 나는 위험한 족속들이다
진정한 날개의 공중이란
스스로 부양된 채 보이지 않는 길을 트며
조감도를 그리는 일이다
그래서 새들은 제 형세를 지우고 산 너머로 떠난
새털구름의 길을 좇지 않는다
오직 날개를 가진 자부심으로 공중을 비상할 뿐
어떤 허세도 깃털 안에 들여놓지 않는다
그것을 자유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시와 표현』( 201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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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 /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2010년 〈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
출처 : 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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