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꺽이는 소리** -48-
산에 살다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꺽인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꺽이게 된다.
가지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가볍고 하얀 눈에 꺽이고 마는 것이다.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꺽이는 메아리가 울려올 때
나는 잠을 이룰 수 없다.
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 앞에서는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노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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