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이선형] 내 속에서 잣는 거미줄

문근영 2011. 11. 14. 12:06

내 속에서 잣는 거미줄

 

이선형

 

 

햇빛과 그늘의 나날이 채곡채곡 쌓여

개미굴 같은 굴들이 들어앉으면
어제와 꼭 같은 구내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은
내 입에서도 비단실을 뽑아
저 허공을 엮을 수 있을까
그대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앞의 저 망망허공을 지나가기 위해.


-시집  『밤과 고양이와 벚나무』(시와사상, 2000)

 

 


▶이선형=1958년 경남 통영 출생.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밤과 고양이와 벚나무' 등.

**내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99퍼센트가 아니라 1퍼센트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저 망망허공을 지나갈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 아주 굵은 동아줄이 아니라 거미줄같은 것이라도. 어제와 꼭 같은 구내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은 나에게 저 허공을 건너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어제와 같이 건너갈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 나는 저 망망허공이 두려워요. 나에게 걱정 말라 말해주세요. 성선경·시인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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