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서 잣는 거미줄
이선형
햇빛과 그늘의 나날이 채곡채곡 쌓여
개미굴 같은 굴들이 들어앉으면
어제와 꼭 같은 구내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은
내 입에서도 비단실을 뽑아
저 허공을 엮을 수 있을까
그대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앞의 저 망망허공을 지나가기 위해.
-시집 『밤과 고양이와 벚나무』(시와사상, 2000)
▶이선형=1958년 경남 통영 출생.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밤과 고양이와 벚나무' 등.
**내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99퍼센트가 아니라 1퍼센트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저 망망허공을 지나갈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 아주 굵은 동아줄이 아니라 거미줄같은 것이라도. 어제와 꼭 같은 구내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은 나에게 저 허공을 건너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어제와 같이 건너갈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 나는 저 망망허공이 두려워요. 나에게 걱정 말라 말해주세요. 성선경·시인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메모 :
'뉴스가 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곽재구] 고등어 장수 (0) | 2011.11.22 |
---|---|
[스크랩] [문태준] 극빈 (0) | 2011.11.16 |
[스크랩] [김명인] 꽃차례 (0) | 2011.11.07 |
[스크랩] [신덕룡] 봄동 배추 (0) | 2011.11.04 |
[스크랩] [이석래] 담쟁이 (0) | 2011.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