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에 들다
이정모
잠자리 날개에 바장이던 햇살
은물결 위에서 날개를 털고
강물은 바람의 궁리를 받아 적는데
몸꽃 다 벗은 저 벚나무는
누굴 그려 저리 뒤척이는가
바람은 바라는 게 없어서 바람이다
사람은 살아보아야 사람이다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지
머리까지 서늘한 저 눈금
강물은 끌고 온 시간을 슬며시 놓는다
계절의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는 거다
오늘은 삶이 거짓이래도 속을 수 있겠구나
청량한 키스에 젖은 몸, 한통속이다
간신히 건너온 운문이다
▶이정모=2007년 '심상' 등단. 부산작가회의, 윤동주 선양회, 시울림시낭송회원. 시집 '제 몸이 통로다'.
▶시작노트=평소 절친한 문우들과 함께 운문천에서 보낸 하루, 계절 속에 숨어있던 눈빛이 처연히 다가와 경계, 그 속의 눈금을 보라한다. 강물은 가는 봄이 아팠고, 우리는 작은 우주와 한 몸이 되어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본 풍경들, 소통은 언제나 자유다. 때묻은 창문의 크기만큼만 바라보던 세상을 활짝 열고, 속세를 내려놓았다. 운문에 들어 잠시 세상을 잊었다.
-국제신문[국제시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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