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속젓
안도현
날름날름 까불던 바다가 오목거울로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곰소만(灣)으로 가을이 왔다 전어떼가 왔다 전어는 누가 잘라 먹든 구워 먹든 상관하지 않고 몸을 다 내준 뒤에 쓰디쓴 눈송이만한 어둔 내장(內臟) 한 송이를 남겨놓으니 이것으로 담근 젓을 전어속젓이라고 부른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에 오랜 근신이 필요하듯이 젓갈 담근 지 석 달 후쯤 뜨거운 흰밥과 함께 먹으면 좋다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2008)
▶안도현=1961년 경북 예천 출생.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등. 소월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가을이 왔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를 생각했다. 날을 보아 전어 먹으러 가자고 벗들과 약속했다. 그러던 중 전어속젓이라는 시를 읽었다. 실은 전어속젓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냥 가을이 오는 줄 알았는데, 오목거울로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아야만 참으로 가을이 오는 것이었다. 내 사랑을 생각한다. 쓰디쓴 내장이 곰삭아 전어속젓으로 환해져오는 밥상을 생각해본다. 이희철·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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