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정한용] 도라지꽃

문근영 2011. 10. 6. 11:35

도라지꽃

 

  정 한 용 (1958~ )

 

 

흰 꽃이 피었습니다

보라 꽃도 덩달아 피었습니다

할미가 가꾼 손바닥만한 뒤 터에

꽃들이 화들짝 화들짝 피었습니다

몸은 땅에 묻혀 거름이 되고

하얀 옷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무더기로 손 쓸립니다

수년 전 먼저 길 떠난 내자(內子)를 여름빛

으로 만나

한참을 혼자 바라보던 할애비도

슬며시 보랏빛

물이 듭니다

 

 

 

 

 

 

 

경북 봉화 청량산 골짜기 암자에 깃들어 사는 스님은 봄부터 가을까지 수굿이

밭을 일군다. 손수 낸 거름을 지어 나르고 열 항아리쯤 된장도 담근다. 가을 되면

암자 곁 채소밭을 지나는 사람을 불러 세워서 먹을 만큼 가져가라 한다. 까만 비닐

봉투에 된장까지 수북이 담아준다.  지난 봄에는 암자 곁 아무데나 도라지 씨앗을

흩뿌렸다. 도라지를 캐려는 게 아니라, 예쁜 도라지 꽃이 보고 싶어서라 했다. 도라

지 꽃에선 유난히 다정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했을 게다.  심심산천

백도라지 소식이 궁금하다.  < 고규홍 . 나무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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