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정 한 용 (1958~ )
흰 꽃이 피었습니다
보라 꽃도 덩달아 피었습니다
할미가 가꾼 손바닥만한 뒤 터에
꽃들이 화들짝 화들짝 피었습니다
몸은 땅에 묻혀 거름이 되고
하얀 옷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무더기로 손 쓸립니다
수년 전 먼저 길 떠난 내자(內子)를 여름빛
으로 만나
한참을 혼자 바라보던 할애비도
슬며시 보랏빛
물이 듭니다
경북 봉화 청량산 골짜기 암자에 깃들어 사는 스님은 봄부터 가을까지 수굿이
밭을 일군다. 손수 낸 거름을 지어 나르고 열 항아리쯤 된장도 담근다. 가을 되면
암자 곁 채소밭을 지나는 사람을 불러 세워서 먹을 만큼 가져가라 한다. 까만 비닐
봉투에 된장까지 수북이 담아준다. 지난 봄에는 암자 곁 아무데나 도라지 씨앗을
흩뿌렸다. 도라지를 캐려는 게 아니라, 예쁜 도라지 꽃이 보고 싶어서라 했다. 도라
지 꽃에선 유난히 다정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했을 게다. 심심산천
백도라지 소식이 궁금하다. < 고규홍 . 나무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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