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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학(鶴)과 골프 / 송재소

문근영 2011. 4. 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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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鶴)과 골프


「적벽부(赤壁賦)」의 작자로 널리 알려진 중국 송나라 때의 문호 소식(蘇軾)이 쓴 「방학정기(放鶴亭記)」란 글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학은) 그 됨됨이가 맑고 높고 조용해서 티끌세상 밖을 멀리 벗어나 있다. 그러므로 『주역』과 『시경』에서는 학을 현인군자(賢人君子)에 비유했다. 덕을 감추고 사는 선비가 학과 친근하게 지내는 것은 마땅히 도움이 되지 손해 볼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위(衛)나라 의공(懿公)은 학을 좋아해서 나라를 망하게 했다. 그 고고한 자태로 인하여 곧잘 덕이 높은 선비에 비유되는 학이 왜 나라를 망하게 했을까? 이는『좌전(左傳)』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춘추시대 위나라 임금 의공은 학을 매우 좋아해서 그 중에는 대부의 지위에 올라 수레를 타는 학까지 있었다. 오랑캐가 침입하여 전쟁을 하려 할 때 갑옷을 받은 백성들이 모두 “학으로 하여금 싸우게 하라. 학은 실로 대부의 지위와 녹봉이 있지만 (아무 것도 없는) 우리가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이렇게 해서 오랑캐가 전의를 잃은 위나라를 멸망시켰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근거로 하여 소식은 같은 글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은 학과 같이 맑고 높고 조용한 새조차도 좋아할 수 없다. 좋아하면 나라를 망하게 하기 때문이다”라 말하고 있다.

임금은 학(鶴)조차 좋아할 수 없네

3·1절에 골프를 쳤다고 하여 나라를 들끓게 했던 이해찬 총리가 보름 만에 물러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골프 좀 친 것을 두고 이렇게까지 문제 삼는 것에 대하여 총리 자신은 아마 다소 억울한 감이 있었을 것이다. 김진표 교육 부총리도 “3·1절에 등산하는 것은 괜찮고 골프 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이냐”라고 총리를 거들기도 했다.

그러나 소식의 글에서 보았듯이 학조차 좋아할 수 없는 것이 임금이었다. 학을 좋아하는 것이 민생을 돌보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금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학을 좋아할 수 있다. 아니 학을 좋아할수록 더욱 칭송을 받을 것이다. 이해찬 총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서 국정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이다. 더욱이 이 총리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이른바 ‘실세총리’가 아닌가. “총리는 골프와 같이 건전한 운동조차 좋아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일반 국민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더구나 모든 국민이 옷깃을 여미는 3·1절에 골프를 친 총리의 처신엔 분명 문제가 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로부터 제삿날에는 노래도 부르지 말고 크게 웃지도 말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로부터도 3·1절이나 현충일 같은 날에는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 일반 국민도 이러할진대 총리의 처신이 어떠해야 하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3월 1일은 철도파업 첫날이다. 물류대란(物流大亂)에 대비하여 노동부, 건교부, 경찰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기 골프, 황제 골프를 즐기고 그것도 부적절한 상대와 어울렸으니 세상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골프 즐기고 사생활 누리려면, 공직 포기해야

‘총리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도 없는가’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대통령이나 총리는 사생활에서도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 사생활이 대통령, 총리 개인에 그치지 않고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생활을 통제받기 싫으면 총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소식의 「방학정기」도 이 점을 말하려 한 것이다. 학조차 좋아할 수 없는 임금 보다 학과 친할 수 있는 은사(隱士)가 더 좋다는 것이 이 글의 본 뜻이다. 그러나 선택은 개인의 자유이다. 다만 공직을 선택한 이상에는 ‘골프조차 좋아할 수 없다’는 각오를 가져야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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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송재소
·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 저 서 : <다산시선>
            <다산시연구>
            <신채호 소설선-꿈하늘>
            <한시미학과 역사적 진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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