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웃긴
윤 희 상(1961~ )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가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꽃에게 천사장사 타이틀을 바쳐야겠다. 쪼그마한 들꽃이 감히 주제를 모르고 백두급의
실한 소를 번쩍 들어 올리다니! 이 기적 같은 엉뚱한 사태는 무지막지한 힘의 논리가
아닌 연약한 꽃의 간지럼법으로부터 온다. 또한 짓밟으면 그만일 꽃을 감상할 줄 아는
소의 지순한 덩치로부터 온다. 그 지순한 덩치가 바로 들판이다. 길을 가다 나도 땅에
바짝 붙어서 핀 꽃 앞에서 살짝 발을 들어 올린 적이 있다. 그때 발목을 접질리지 않으
려 기우뚱하면서 중심을 잡기 위해 양팔을 들어 올렸을 것이다. 멀리서 소가 보았다면
아마 저이가 춤을 추는구나 하지 않았을까. 하여간 소가 웃을 일들이 좀 더 많아야겠다.
<손택수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 검색해 보니 2007년에 전향님이 올려주셨던 시인데, 제목이 좀 다르고, 부호 하나도 다르고
해서 아래에 복사해 왔습니다.
소를 웃긴 꽃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가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 윤희상 시집 <소를 웃긴 꽃> 문학동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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