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고 증 식(1959~ )
왜 다 헐리고 없는지 몰라
고향집 지척에 두고
그렇게 발걸음 한 번 하기 어렵더니
무슨 날만 되면 지병처럼 쿡쿡
꿈속을 달려와 찔러대기도 하더니
맘먹고 찾아온 추석날 아침
왜 묵은 콩밭으로 변해 버렸는지 몰라
낡아가는 지붕 아래
늙은 홀아비 혼자 산다고도 하고
홀어미 한숨으로
손주놈 하나 붙들고 산다는 풍문만
잡풀처럼 무성하더니
어릴 적 놀던 마룻장 떨어지고
왜 기왓장 쪼가리만 뒹구는지 몰라
몰라 정말 몰라
그리운 것들 왜 빨리 무너져 내리고
나는 늘 한 발짝 늦는 것인지
추억은 항상 감미로운 노래로 우리를 유혹하네. 그것이 궁핍이든 실패든, 이때
궁핍은 나의 힘이 되네. 실패도 나의 힘이 되네. 우리는 모두 누구인가의 추억
의 힘이 되네. 시간의 뼛물이 우러나는 곰국 같은 시, 그 뽀얀 뼛국물 속에 온갖
울음이며, 웃음, 죽음 같은 존재의 영양소들이 들어 있는 시, 그런 시를 기다리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 <강은교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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