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절차탁마(切磋琢磨) / 박석무

문근영 2010. 9. 21. 11:02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어느 날 공자에게 질문했습니다. “가난하고도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공자는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가난하여도 즐길 수 있고 부자이고도 예(禮)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못하다”(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라고 답했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자 자공은, “『시경』에 옥이나 돌을 자르듯 쪼듯 갈듯 다듬듯 한다는 구절이 그런 것을 말하는 것 아닌가요?”(詩云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라고 다시 또 묻자, 공자는 참으로 『시경』을 이야기할 만한 제자라고 자공을 극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산과 그의 형 정약전도 귀양살이의 고단한 생활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오랫동안 학문에 관한 토론을 쉬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착상이 떠오르면 바로 편지로 알리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묻고 답했던 것이 바로 그 두 형제의 멋진 학문토론이었습니다.

『주역』이라는 경서의 연구를 거듭하던 다산이 형에게 보낸 편지에, “몇 해 전의 초고를 열람해보니 갈지 않은 옥이요, 제련하지 않은 광석이요, 아직 찧지 않은 겨 붙은 벼요, 뼈가 나타나지 않은 껍질이요, 아직 굽지 않은 도자기며, 설익은 목수와 같았습니다. 『시경』에 ‘절차탁마’라 했는데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 걸 겁니다. 며칠 전에도 또 하나의 효(爻)를 고쳤습니다. 만약 내가 앞으로 10년의 시간을 더 갖고서 『주역』공부를 마친다 해도 그때에도 또 고쳐야 할 곳이 나올 겁니다.”(答仲氏)

공자의 제자 자공의 높은 수준의 연구 태도와 다산 형제의 연구 태도들이 너무 훌륭하고 아름답습니다. 사리를 분별하고 저서를 통해 진리를 밝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절차탁마’라는 언어의 의미대로 자르고 쪼고 갈고 다듬듯이 단계적으로 온갖 정성을 들여야 옥동자 같은 저서나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의미했을 것입니다.

10년을 연구해도 계속 새로운 진리가 발견될 것이라는 다산의 연구 태도, 요즘 제자의 논문을 자기 논문이라고 발표하고 이름을 도용해 ‘표절’시비에 말려드는 학자들이 속출하는 것을 보면서 옛 어른들의 학문연구태도가 부러워만 집니다.

박석무 드림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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