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1년의 억울한 죽음-1 |
| 글쓴이 : 박석무 날짜 : 07-02-12 09:12 |
| 벌써 30년이 가까워 오는 세월입니다. 1980년의 일이니 말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살육의 피바다로 끝났고 학살당한 양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건만, 권력욕에 도취당한 신군부 세력은 권력 장악에 방해가 되리라 여겨지는 살아남은 사람까지를 마저 죽이려고 내란죄로 수백명 수천명을 감옥에 쳐넣었습니다. 그런 공포분위기, 그런 무서운 살기등등한 세상이 어디 쉽게 있는 일입니까. 필자도 곧바로 검거 대상자에 올랐고 잡히면 죽는다는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급박한 위기에는 역시 36계가 제일이라고, 옆 사람들의 권유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망명의 길에 올랐습니다. ‘잡히면 죽는다’라는 불안과 공포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참으로 무섭고 두려워 공포와 불안에 떨던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에도 소름이 끼침을 억제하기 힘듭니다. 이런 망명의 계절에 다산의 책에서 「정헌이가환묘지명(貞軒李家煥墓誌銘)」이라는 무섭고 두려우며, 슬프고 처참한 희대의 명문장을 읽었습니다. 아무런 죄없이 8인의 ‘인혁당재건위’ 민주투사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듯이, 다산의 선배이자 일세의 대학자이던 이가환이 천주학쟁이라는 무고로 죽어간 기록이었습니다. 1801년의 천주교 탄압 살인극이자 정권안보의 조작극인 「신유교옥(辛酉敎獄)」은 그렇게 해서 녹암 권철신, 정헌 이가환 등의 대실학자들이 죽어간 참극이었습니다. 죽음의 화신이 온 주변을 휩싸고 있던 그 시절, 필자는 죽는 순간까지라도 이 다산의 글을 번역하여 세상에 알리지 않고는 눈을 감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뭔가에 집중해야 하는 집착도 있어서 망명중의 아픔 속에서 불철주야 난해하고 어렵기 그지없는 다산의 글을 번역했습니다. 창비에서 1985년 12월 간행했던 『다산산문선』이 바로 그렇게 해서 이룩된 책입니다. “정치적 견해 차이와 학문적 이론의 차이 때문에 선비를 죽이는 제도만은 발전된 사회에서는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정치범이나 양심범의 사형제도는 분명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더욱 흥미진진한 듯 고달픔을 모르고 번역을 끝낼 수 있었다”(역자 해제)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8인의 ‘인혁당재건위’ 투사들을 죽인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박석무 드림 |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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