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면학문(勉學文)」 (제자 황상에게)
다산 정약용 선생이 천주학쟁이로 몰려 강진으로 귀양 와 있던 때의 일이다. 15세의 황상은, 서울에서 온 훌륭한 선생님이 아전의 아이들 몇을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내어 주막집을 찾았다. 7일째 되던 날, 다산 선생은 공부를 권하며 황상에게 한 권의 책을 주었다. 하지만 황상은 자신의 모자람을 말씀드리며 책 받기를 꺼려하였다. 이에 다산 선생은 "너를 염려한 친필이니 잘 보관하라."는 말과 함께 손수 면학문(勉學文)을 지어 어린 제자에게 쥐어주었다. 때는 임술년(1802) 10월 17일의 일이다. 황상은 이 글을 보고 공부하여 다산 선생의 고족제자가 되었고, 후일 조선의 내로라 하는 문장가가 되었다.
" 내(정약용)가 산석(황상의 아명)에게 문사(文史) 공부할 것을 권했다. 황상은 머뭇머뭇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한[鈍] 것이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힌[滯] 것이며,
셋째는 미욱하여 답답한[戛]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공부하는 자들에게 세 가지 커다란 병통이 있는데, 네게는 그것이 한 가지도 없구나.
첫째 기억력이 뛰어난 병통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
둘째 글짓는 재주가 날랜 병통은 허황한 데 흐르는 폐단을 낳으며,
셋째 이해력이 빠른 병통은 거친 데 흐르는 폐단을 낳는다.
대저 둔하지만 파고드는 자는 식견이 넓어지고, 막혔지만 뚫어내는 자는 흐름이 거세지며,
미욱하지만 잘 닦는 자는 빛이 난다.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뚫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그렇다면 근면함은 무엇으로 지속하는가,
마음가짐을 확고히 다잡는 데에 있다. "
다산 선생은 자신 없어 머뭇대는 소년에게 이 삼근계(三勤戒)를 내려주었다. 이 한마디 말이 제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제자는 감격했다. "마음을 다잡아 부지런히 노력해라." 제자는 평생 스승의 이 가르침을 뼈에 새기며 살았다. 스승을 처음 뵌 그 날이 임술년 10월10일이었다고, 제자는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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