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생명/ 김남조

문근영 2010. 1. 31. 10:35

생명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돗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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