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나무길 / 문정영

문근영 2010. 1. 29. 11:19

나무길 / 문정영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길이 있다
바람이 건너다니는 길이다
새가 날개를 접었다 펴면서 건너면
길은 수많은 의문의 잎을 달고 생각에 잠긴다
그 옆으로 열열이 달려가는 전봇대가 보인다
그 길은 묶여서 자유롭지 못하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서로를 붙잡을수록
지독한 가슴앓이를 한다
서로를 묶는 일 나무들은 하지 않는다
놓아둘수록 길은 수많은 갈래를 만든다
어디든지 나무만 있으면 갈 수 있다
늦은 봄까지 초록이 전염되는 것을 보면 안다
가을이 깊을수록 의문을 떨구어
길을 환하게 한다
어렵게 어렵게 살려하지 않는다
가고 오지 못한 길 사람만이 만든다



-계간 『문학들』 2006년 겨울호 발표-


문정영 시인
1959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하여 1997년 2월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하였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산맥 동인이다.
현재 제일은행 근무하고 있다.
시집으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문학아카데미, 1998)과 『낯선 금요일』 (시선사,200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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