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내 이미지에 대하여 / 김나영

문근영 2010. 1. 23. 06:47

내 이미지에 대하여 / 김나영

 

 


내 본명은 점숙이다

누가 점숙아! 하고 부르면

쥐에게도 새에게도 들켜버릴까 봐

얼굴 확! 달아오르는 이름이다

초가집 부뚜막에 뒤집어놓은 간장종지 같은 이름이다

지금은 나영이란 필명을 주로 쓰고 살지만

어쩌다 내 본명을 알게 된 사람들은

나영이란 이름과 점숙이란 이름

그 간극에서 봉숭아 씨방 터지듯 팟! 웃는다

어떤 사람은 내 이름이 전설의 고향이나

예전에 방영하던 TV문학관에 등장하던 그런 이름이라고

그것도 주인공도 아닌 점순이라고 그리 대충 부르면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기역과 니은 그 받침 하나의 뉘앙스가 얼마나 다른데

점례, 쌍자, 순덕, 말순, 봉자, 언년,....

세련된 이름들 다 놔두고 어찌 그리 민망하게들 지어놨는지

임신한, 김봉지, 김벌레, 이사철, 오백원, 이성기,...

이름 하나 바뀐다고 본질이 뭐 크게 달라지겠나 싶겠냐만

말의 결과 이미지가 나를 사육하고 있다

나는 이미지의 포로다

거울 속의 내가 때때로 낯설게 보이는 것은

점숙과 나영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굴절하기 때문이다

 

 

 

계간 <시작>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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