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 이경교
이름이 붙여지기 전부터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 왔는지 모르네
열매는 왜 제 몸의 불을 끄지 못하고
늦은 밤의 가로등을 대신하여 서 있는 걸까
나도 언젠가 내 몸의 불을 켜놓고 싶던
날들이 있었네
어둠 속에 잠긴 길을 불러내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기억이 있네
젖은 몸을 말리는 동안, 저 열매는
제 몸의 문 안으로 길을 불러들이네
열매는 지워진 길들이 빨려 들어간 입구
제 체온으로 추운 몸을 덥히는 사이
마침내 뜨거운 이름을 얻었으니!
열매는 주변까지 벌겋게 열을 전도하네
늦은 밤의 가로등을 대신하여
불화로 하나씩 가슴에 품고
내가 그 곁을 맴도네
이경교 시인
1958년 서산 출생. 1986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꽃이 피는 이유』 『달의 뼈』 등.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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