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 김혜순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내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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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시인
1955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출생
건국대 및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
1979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음화>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불쌍한 사랑기계>,동화 <마음속의 잉카> 등
1997년 김수영문학상, 2000년현대시 작품상을 수상
현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