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탐방

시인 고진하

문근영 2010. 1. 17. 07:48

상쾌해진 뒤에 길을 떠나라 / 고진하



그대가 불행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대의 삶이
타인에 대한 불평과 원망으로 가득할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그대의 존재가
이루지못한 욕망의 진흙탕일 때
불면으로 잠못 이루는
그대의 반이 사랑의 그믐일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쓰디쓴 기억에서 벗어나
까닭없는 기쁨이 속에서 샘 솟을 때
불평과 원망이 마른풀처럼 잠들었을 때
신발끈을 매고 길 떠날 준비를 하라
생에 대한 온갖 바람이 바람인듯 사라지고
욕망에 여윈
순결한 사랑이
아침 노을 처럼 곱게 피어 오를 때
단 한벌의 신발과 지팡이만 가지고도
새 처럼 몸이 가벼울 때
맑은 하늘이 내리시는
상쾌한 기운이 그대의 온몸을 감쌀 때
그대의 길을 떠나라.




고진하 시인
1953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감리교신학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1997년 '김달진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6년 현재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국제 히말라야 요가 지도자협회 한국지부에서 '종교 영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지은 책으로 <프란체스코의 새들>, <수탉>,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등이, 옮긴 책으로 <1분의 명상여행>, <신의 죽음과 현대문학>, <성자에서 민중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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