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내 / 이기와
"아저씨, 왜 이러세요.
이렇게 무력적으로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는 육체를 원했다고요"
지체부자유 그녀의 생 이웃에 사는 사내는
이 날 밤, 철야 기도 가는 것도 잊고
잠금 장치가 허술한 그녀의 몸을 따고 들어가
주린 욕망을 증식시킨다
순간, 창 밖 휘영청 밝은 달은 사내에게 장애물이다
성곽처럼 굳게 하고 저항하는 수억의 세포들
"왜곡하지 마세요. 난 무성(無性)이 아니에요.
느낌도 없고, 지각도 없고, 충동도 없는
바람 돌 물 따위의
불구가 아니란 말이에요."
터지기 위해 풍선처럼 팽창한
사내의 힘줄이 압박해오자
복음이자 은총이길 원했던 그녀의 육체는
소금땀에 절여져 숨이 죽는다
"내 입안에 상처가 없다면
아저씨의 독을 빨아들이고 싶어요"
거짓 진리의 몸
신성은 죽고 조롱만 남은 몸의 성소
저 둥근 달이 온 누리에 감화의 빛을 뿌리듯
은혜로운 몸의 씨앗을
신은 왜 이웃 정원에 심어 놓지 않으셨나
-2006년, <21세기 문학> 봄호
이기와 시인
1968년, 서대문 판자촌에서 해녀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가족의 유랑으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28살의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를 치러 한양여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 본격적인 문학공부를 시작했다. 어려운 학업 중에도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방송통신대와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지하역’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1년 첫 시집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를 출간,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직설적이고도 도발적인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 2005년 많은 시인들의 내면을 감각적이고 개성적인 문체로 묘사한 여행산문집 <시가 있는 풍경>을 출간했다.
이외 KBS TV <이것이 인생이다> ‘화곡동 황진이’ 편에 출연, 질곡과 고통의 세월을 딛고 자신의 꿈을 이룬 인생역정을 진솔하게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현재 그는 김포의 한적한 시골로 들어가 텃밭을 가꾸며 더 나은 삶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