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가 너무 늦어버렸네요.
따뜻한 봄날,
작정을 하고 떠났습니다.
섬진강을 샅샅이 보기로요.
떠난다는 것은
설레임, 낯설음, 전환, 새로움, 시작의 의미이지요.
적어도 내게는 그렇습니다.
우린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여행 일정에 곡성에서 열차타고 섬진강 기행하는 것을 넣었습니다.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은 또 어떤 모습일까?
그러면서 옛날을 추억하고싶었죠.
일단 구 곡성역으로 가야합니다
여기 섬진강기차마을에는 1933년에 건축된 구역사와
수화물창고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강제규감독의 『태극기 휘말리며』에서 장단역과 대구역으로,
SBS 드라마『야인시대』에서는 개성역으로,
이두용감독의 『아리랑』에서 철도공사 현장으로
출현되었던 역이기도 합니다.
2004년도에 역사와 창고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네요.
역 주변에 토속적으로 정성껏 꾸며놨습니다.
먹걸이를 파는 곳이지요.
전통음식과 석곡 숯불갈비, 간단한 식사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증기 기관차,
영원한 평행선 철로,
그 사이의 자잘한 돌과 검정색 목판.
살구받기 놀이를 하기위해 철로변을 헤매면서
동글동글하고 크기가 비슷한 돌을 찾아 다녔고
가위 바위 보 하면서 저 목판을 건너뛰며 놀던 때,
그리고 기차 시간에 맞추어 철사를 철로에
올려놓고 납짝하게 만들어 따먹기 하던 추억들이 스쳐갑니다
음료와 식사를 파는 은하철도!
기차를 분위기 있게 개조한 기차카페입니다.
차와 음료 식사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증기 기관차를 타고 섬진강변을 유람할겁니다.
관광용증기기관열차는 섬진강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을 따라 운행합니다.
철도가 단선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앞뒤로 기관차가 있고 중간에 객차 3량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객차는 시대별로 옛객차의 모양을 재현하기 위해
각 차량마다 다르게 구성되어 있으며
하이얀 연기가 옛날을 추억하게 합니다.
거기서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찾아 눈을 맞추곤 했는데
그 재미로 기차통학을 많이 했지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기차 통학을 그만 두게 된 것은
윗동네 남학생과 서로 좋아하면서
성적이 날로 곤두박질을 치는거예요.
이러다 옳은 대학에 못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는수 없이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지금도 순수하고 착하게 생긴 그 친구 얼굴이 떠 오릅니다.
전 순하고 착하게 생긴 남학생을 좋아하는편이지요.
그 아이는 상고에 다녔습니다.
저는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이 가는 여고에 다녔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자랑이 심한가요?
그랬다면 너그럽게 용서바랍니다.
우린 아침에 늘 같은 시간대의 기차를 타고
멀찌감치서 곁눈질로 살금 살금 바라보다
그 친구가 먼저 내리면 마음으로 손을 흔들어 주고
저는 신마산 역에서 내려 학교로 갔습니다.
그날도 가슴에 그 남학생을 가득 담고서
기차에서 내려 길을 걷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앞으로 큰 대자로 뻗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주변에는 통학생들이 엄청 많았었지요.
너무 창피해서 손과 무릎의 상처도 챙겨볼 생각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일어나 옷을 털고 고개를 푹 숙여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순간,
나의 자존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도 못하는 그깟 남학생 때문에 정신을 빼다가
넘어지고, 학교 성적도 떨어지고 이게 뭐하는 짓이고.
니 정신 차리거래이. 그래가지고 대학도 못간다.'
얼빠진 나에게 일갈을 하며 마음을 다졌습니다.
헤어지자.
끝내자.
마음 속에서 밀어내자.
이제 무조건 미워한다고 마음 속으로 외자.
그리고는
기차 통학에서 버스 통학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아이가 불쑥 불쑥 생각날때마다
'나는 @수를 미워한다.'
'나는 @수를 미워한다.'
'나는 @수를 미워한다.'
고 수십번을 외웠습니다.
일종의 자성예언인 셈이지요.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니
정말로 서서히 잊어지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버스를 타고 멍청하게 내리고 타는 사람들을
의미없이 바라보다 바깥으로 눈길을 주곤하였지요.
어느 정류장에서 버스가 잠시 정차하는데
낯익은 그 아이의 모습이 보여서 고개를 창밖으로
돌려버리고 모른체했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내 앞에 와 멈추더니
무릎 위에 놓인 제 가방 위에 자기의 가방을 얹더군요.
저는 그 친구와 제 무릎위에서 차가 흔들릴때마다 따라서
흔들거리는 그 친구의 가방을 외면했습니다.
저도 사실은 제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아니,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렇게 변할 수 있나싶어서요.
나도 그런 나를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 친구는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아무말 않고서 내리더군요.
후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 성실하고 착해서 잘 살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안하다, 친구야.
후후후후후후후~~~`
풋사랑인셈이죠.
한 30여분을 타고 가면 종착지인 가정역에 도착합니다.
그때 개나리 꽃이 한창이었죠.
어느 새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많은 사람들이 봄나들이 나왔었더랬습니다.
개나리 꽃이 새롭게 느껴지지요?
지금 벌써 길가에는 코스모스 꽃이 피었더군요.
항상 앞서가는 녀석이 있기마련이지만
가끔 바람에서 가을의 냄새가 나긴나더라구요.
10분만에 저기 다리를 건너서 다시 돌아와야 한답니다.
다리만 보면 건너고 싶은 심리는 왤까요?
너도 나도 다리를 향해 갑니다.
돌사이로 강물이 비집고 흐릅니다.
갈길을 막는 돌을 피해 돌아가며
힘겨운 듯 하얀 거품을 토해냅니다.
그런 모습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물처럼 살라고 했던가요?
청소년 수련원 앞 공터입니다.
빈 배는 이제 꼬마녀석들의 놀잇감이 됩니다.
한창때에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실어날랐겠지요.
빨리 오라고 기적이 울립니다.
우리의 풍치를 즐기는 외국인들이 반가웠습니다.
청소년 수련원에 캠프왔나봅니다.
섬진강변을 따라 하이킹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아름다운 우리나라...'
세상에 저 넓은 궁뎅이에 자전거 의자가 끼어서 맥을 못추네요.
그래도 신기할 정도로 잘 타더군요.
난 아직 자전거를 타지 못합니다.
강변을 따라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달리는 젊은이들이 마냥 부럽습니다.
돌과 물이 만들어내는 곡선이 아름답습니다.
제법 잘 꾸며놨지요?
나무로 만든 의자입니다.
안내인의 방송을 들으며
이쪽 저쪽 강과 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종착역에 다다릅니다.
지금도 어렴풋이 차창 밖으로 보이던 풍경이 떠오르네요.
기찻길 옆의 작은 터를 일궈다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허리를 펴시던 노부부,
소나무 아래에 드문드문 피어있던 진달래,
그리고 산자락의 어느 집에서 기차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짖어대던 멍멍이
저편에서 무궁화호가 보란듯이 질주하며
우리를 스쳐지나가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자잘한 일상의 모습들이 정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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