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신 처용가/ 배찬희

문근영 2009. 12. 4. 10:39

신 처용가/배찬희







亥時에 달이 뜨면
난 미치겠어요.
戌時에 마신 술이 요술을 부렸나요.
그러다가 염치없게도
그 달이 큰애기 엉덩짝처럼 대책 없이 부풀면
난 정말 미치겠어요.




제동장치가 고장난 자동차에 동승한
당신과 나.
후진기어를 넣고 가속페달을
힘주어 밟을 때
발끝에서 파닥이는 심장.




나무도 산소로 호흡하는
그 배반의 해시에
달빛 휘감고 나를 훔쳐간
당신 오지 않고
산나리만 사락사락 피는 밤이면
그래요.
난 이미 미치고 말았어요.




눈 부릅뜨고도
자야하는 子時에
어느 새 처용의 아내 된
내 방에 누운
당신, 처용인가요?
역신인가요?



해시엔
은은한 달빛으로만 오세요.
와당탕, 왔다가는 바람 재워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