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詩/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 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 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 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 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황지우~~시인 황지우씨는 195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광주일고를 거쳐 서울대 인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沿革>이 중앙일보 신춘 문예에 입선하고 <대답없는 날들을 위하여>등을 <문학과 지성>에 발표 하면서 시단에 등장한 그는 하우저의<예술사의 철학>등을 번역했으며<시와 경제>동인으로 참가하고 있고 프리랜서로 활동 하기도 한다.그에게 첫 시집이 되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기존의 정통적인 시 관념을 과감하게 부수면서 그 언어와 작업에서 대담한 실험과 전위적 수법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 형태 파괴적 작업을 통해 날카로운 풍자와강렬한 부정 정신,그 속에 도사린 슬픔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에게 있어 시의 방법론 은 곧 시의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