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reflections by ~daewoniii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여성운동가 고정희(1948-1991)는 해남군 삼산면 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여성운동가로 삼산면 송정리는 고정희가 스무살 무렵까지 그녀가 문학소녀로서의 꿈과 희망을 키우던 마을이다.
이러한 뿌리가 그의 초기시에 향토적 서정이 짙은 시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1975년 시인 박남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연가》《부활과 그 이후》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였다.
허형만·김준태·장효문·송수권·국효문 등과 ‘목요회'동인으로 활동하였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여성문학인위원회 위원장, 시창작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1984년부터는 기독교신문사, 크리스찬아카데미 출판간사, 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장, 《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을 거쳐 여성문화운동 동인‘또하나의 문화'에서 활동하는등 여성운동가로서의 사회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였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 등반도중 실족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