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 대하여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문근영 2009. 1. 27. 08:04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웃음의 힘」. 시와시학사

 

 

새 해, 누구는 해맞이하러 동해 정동진에 가 있을 것이고 산을 좋아하는 누구는 어느 산봉우리에서 해뜨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쇠를 만드는 산업전사는 용광로에 쇠물을 밤새 퍼 넣을 것이고 새벽까지 고단한 영업을 끝낸 소규모 자영업자는 피로감을 좇아 잠을 잘 것이다.

 

 날든, 달리든, 걷든, 기든, 구르든, 하다 못해 무생물인 바위까지도 새해 첫날을 같이 맞이하고 있다. 나는 것은 날개가 아플 것이고 뛰는 것은 다리가 아플 것이고 걷는 것은 발바닥이 아플 것이다. 기는 것은 팔꿈치와 무릎팍이 까졌을 것이고 구르는 것은 온 몸이 멍 투성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새해를 쉽게 맞이한 것은 없다. 가만히 있는 바위조차 눈비 맞으며 인내심으로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 앞에 모든 사물이 평등하듯 새해의 아침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날 한시에 도착해 있다. 떠오르는 태양을 어디에서 맞이하든 각자 자기의 위치와 자리에서 삶에 최선을 다하고 충실할 일이다. 행복의 개체수와 계단의 높낮이는 존재론적 욕망이지 소유적 욕망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