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위험한 숲 / 김영식

문근영 2008. 11. 14. 01:00

위험 / 김영식

 

푸르르, 풋풋

산모룽일 돌아 나오는

거친 말굽소리가 눈두덩을 잡아당긴다

청미래덤불 지나 느릅나무 그늘 지나

푸른 갈기 휘날리며 헐레벌떡

숨을 턱에 달고 뛰어오는 여자

편자처럼 굽은 팔은 연신 허공을 찌르고 두 개의

봉우릴 거침없이 출렁이며 달려오는 저 야생의,

사나운 말이 갑자기 와락 덮치면 어쩌나?

솔잎 보료 위에 날 자빠뜨리고

히잉, 히잉, 간드러지는 소릴 뱉으며 귓속 가득

하아! 하아! 달뜬 입김 불어넣으면 어쩌나?

밤느정이 냄새 질펀하게 깔린

산마루를 흔들며 돌진해오는 저 아찔한 질주!

어린잔나비 털 같은 공기들은 팽팽해지고

붉은뺨멧새 교성은 뻐꾹채 위로 붉어지는데 이윽고

내 목덜밀 후-욱, 만지고 가는 뜨거운 콧김

이대로 벌렁 거뭇한 골짜기처럼 누워

상수리 열매 같은 사생아나 퍼질러 낳아볼까

후끈 달아오른 숲 잔등 위로 나른한 구름 몇 점 흘러가고 

온 몸의 근육을 씰룩거리며 들녘 끝으로

무장무장 질주해가는 초록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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