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조립로봇 / 변종태

문근영 2008. 11. 14. 00:57

조립로봇 / 변종태

 


파아란 억새풀숲에서 메뚜기가 교미하는 사진을 보고 있다.

 

손가락이 베일 듯 날선 억새 이파리에

 

 열 다섯 처녀애 핏줄처럼 파란 바람 한 날 지나가고

 

 꼼짝 않고 대사(大事)를 치르는 메뚜기 한 쌍,

 

 그윽한 꿈 속에 잠시 취할 무렵

 

 렌즈에 걸려 고정된 채 끌려온 한 쌍의 메뚜기

 

 네 살배기 아들 녀석

 

 아빠, 얘네 합체(合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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