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덫 / 박이화

문근영 2008. 11. 14. 01:02

  / 박이화

 

자고 일어나니 정원 한 구석에

새의 깃털이 비명처럼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아마도 살찐 비둘기 한 마리

도둑고양이의 기습을 받았을 터이다


밥이 덫이 되는 현장에서

날개는 더 이상 날개가 되어주지 못한 채

도리어 적의 커다란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미루어 보아

새는 한움큼의 깃털을 버리고서야 간신히 살아남았겠지만

상처 입은 날개로 더 이상 새가 아닌 채로

살아갈지 모를 일이다


날아야 하는데 날아주지 못하는 날개는

누구에게나  있다

언제 어디서 찢긴지도 모른 채

허공을 향해 단 한번 퍼득여 보지도 못했던 검은 그림자,

그 슬픈 반쪽의 날개라면 이미 내게도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밥이며 덫인 것일까?


그래서 내 손을 탄 나무들

자꾸 시들어 갔는지 모르겠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꽃들이 바르르 진저리쳤는지 모르겠다

내 안의 이 속일 수 없는 짐승의 냄새 때문에

때때로 마음이 그토록 버둥대며 안간힘 쓰며

나를 벗어나려 몸부림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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