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떨림 / 강미정

문근영 2008. 11. 14. 00:33

 떨림 /  강미정

          -그대에게-


젖은 수건 속에 오이씨를 넣고

따뜻한 아랫목에 두었죠  

촉 나셨는지 보아라,

싸여진 수건을 조심조심 펼치면 

볼록하게 부푼 오이씨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

입을 반쯤만 열고 있었죠

촉 나시려고 파르르 몸 떠는 것 같아서 

촉 보려는 내 마음은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조심조심 수건을 펼쳤던

저의 손은 또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촉 나셨는지 보아라,

아부지 촉 아직 안 나왔슴더,

빛이 들지 않게 얼른 덮어 둬라,

빛을 담기 위해선 어둠도 담아야 한다는 것을

한참 뒤 나중에야 알았지만요 

그때는 빨리 촉 나시지 않는 일이 

자꾸만 펼쳐보았던 때문인 것 같아서

오래 들여다보았던 때문인 것 같아서

촉 날 때까지 걱정스레 내 마음을 떨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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