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전국문화가족 창작시 대상
어머니는 해마다 꽃을 피우셨다 / 김우진
허물어져 가는 옛집, 숭숭 뚫린 문구멍으로 방안을 들여다본다
동생과 훔쳐 먹던 밀가루풀, 허기진 내 유년이 물컹 손에 잡힌다
찬바람이 불면 푸푸 입으로 물을 뿌려 묵은 창호지를 걷어내고 새 창호지를 바르시던,
어머니는 도배사였다 국화꽃을 심어 찬바람을 밀어내셨다
쩍쩍 달라붙는 문고리 위에 국화꽃 두 송이 피었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노란 향기가 손에 묻었다
이불속에서 도란도란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엿들으러 국화는 아랫목까지 발을 뻗었다
문 밖 눈오는 소리에 꽃을 활짝 피운 국화, 향기를 맡은 겨울 별들이
밤마다 아랫목에서 언 발을 녹이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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