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동강에서 / 조승호

문근영 2008. 11. 2. 08:21

       동강에서




원시의 물결 그대로 하고

시퍼렇게 살아서

빛으로 흐르는 것이리라, 꿈을 꾸는 동강


초저녁 바짝 고개 위로

달이 뜬다, 장마구름 사이를 비집고

잉크를 엎지른 하늘에 바짝


동강 물줄기처럼 흐르는

누가 굽이굽이 그립다

꿈을 꾸는 물빛에 빠지고 싶도록 진한


가슴을 환히 드러내고

출렁 아름다운 밤

감탄사 한 줄기, 눈먼 동강


한 번의 원시처럼 눈먼 작정을 하고

이녹․아덴 같은 애절한 서사시

동강의 밤하늘에 엎드려 물빛 사랑을 쓰고 싶다

 

사월 조승호선생님의 "동강에서"를 읽고 / 하늘을 찌를듯한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이녹 아덴, 아내 애니와 친구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피를 말리는 슬픔과 고독을 안고 죽어가는 비장하고 숭고한 사랑, 이녹의 귀향과 죽음을 나중에 알고 달려와 오열하던 애니와 필립의 가슴속에 생긴 결코 지울수 없는 상처 , 어느 길이나 우리들의 인생길은 어느 정도의 고뇌들이 엇비슷하게 존재하겠지만 상대를 위한 이별이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참사랑을 한 이녹 아덴 같은 사람이 요즘의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Can one love twice...// "동강에서" 너무 좋아요

  

 

 구름처럼 그러자고




대체 누구였을까, 저토록 구름이 되어

티 없이 자유로운 슬픔들이

영혼의 무게를 덜고 가벼워져서

훌훌 불사위고 말 것처럼

생 아린 저 목숨의 과거에서 그 무슨 누구였을까


계절을 앓는 눈먼 소리들을 밟고

미지의 슬픔들을 밝히며

환히 흔들리는 영혼은 한 줄기 바람에 불과한 것

슬픔이여, 눈물 끝에 불을 지피고

강물처럼 퍼질러 울어본 적 어디 있는지


그 누구이므로, 생판 모르는 어둠에게

슬픔 하나 제발 부탁했으니

그토록 버리고 떠나자고 쏠리는

영혼 다음의 것들에게

그만 하늘같은 파도소리로만 남기자고 그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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