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문열의 소설 "금시조를 읽고"

문근영 2008. 11. 2. 08:03

 

"금시조"는 석담과 그의 제자 고죽 사이의 애증과 갈등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고심한 소설로 이문열의 예술가 소설 중 백미로 꼽힙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관점을 달리하는 동양적 미의식과 서구적 예술론의 충돌을 살펴보려 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했습니다.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것은 너무나도 대조적인 스승과 제자의 대결 구도입니다. 

 

스승 석담은 서화를 파악할 때 전통적인 선비정신을 따라 도(道)를 중시하지만 고죽은 예(藝)자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고죽은 생계조차 제대로 꾸려나가지 못하는 스승의 초라한 모습에 반발하고 빈정거리면서 결국 석담과 결별합니다. 결별후 다른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데도 자신을 박대하는 석담선생의 칭찬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끝끝내 살아서는 만나지 못하고 입관후 찾아 갔을 때 "관상명정"은 고죽에게 쓰라고 한 석담선생의 유언을 듣게 됩니다.

 

스승은 제자의 글을 그만큼 아꼈던 것입니다. 죽어서도 가지고 가고 싶을 만큼......애증은 또다른 사랑의 표현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하기에 더욱 미워하고 미워하면서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눈덩이처럼 더 크게 불어나는 모양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며 중요한 소재인 금시조는 예술의 최고 경지에서 볼 수 있는 환상의 새입니다.

 

석담과 고죽 둘 다 자신의 붓끝에서 금시조를 보는 것이 일생의 염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죽은 죽을 때까지 금시조를 찾지 못하고 일생의 작품들을 불에 태워 정리합니다.

 

그런데 불길 속에서 평생 꿈꾸던 아름다운 금시조가 힘차게 비상하는 것을 보고야 맙니다.

 

"금시조"는 예술가에 대한 소설 이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예술가들은 저마다 자신이 최고며 자신만의 아집에 사로잡혀 살기 일쑤 입니다. 하지만 석담 선생에게서 비록 운명 직전이지만 자신의 예술관과는 다른 고죽의 재능을 인정하고 예술관 또한 인정해 주는 공동체적 생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예술은 예술 자체로 존립 되어야 하며 어떤 수단으로 쓰이기 보다는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불의와 타협해서는 안되며 마음과 혼이 깃들어 있어야 합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아름다움을 추구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를 쓰는 저로서도 현실을 직시하며 저만의 "금시조"를 볼 수 있을 그날까지 파도소리 잠재우는 길을 걸어 갈매기가 물어나르는 시의 이파리들을 엮어가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바다 위를 걷는 마음으로 시의 마을에 닿아가는 인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