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김상미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시집 『잡히지 않는 나비』(천년의시작, 2003)
▶ 김상미=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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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다라고 중얼거려본다. 시작도 없고 끝이 없을 영원 그 자체인, 설령 홀연히 혼자 남을지라도 얼마나 눈부신가. 쉬이 만나 볼 수 없는 사람을 향해 창을 열어 몸이 기울고 길을 닦는 일, 한 꽃나무이고 피운 꽃, 위로 새가 날고 목이 더욱 길어지고, 팔이 기다랗고. 이 묵언의 세레나데를 들어라. 그대여, 햇살 출렁이는 남쪽 바다에 정녕 당신은 아직 계시는가. 김예강 ·시인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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