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문근영 作
피아노 건반 같다
휴대폰 배터리 방전되듯
신호등 초록 눈금
다 떨어지기 전에
도레미파솔라시도
이쪽에서 밟고 가고
도시라솔파미레도
저쪽에서도 밟고 온다
계간 ‘주변인과문학’ 2020년 여름호에서
보통 한 문예지에서 읽게 되는 시와 글이 100여 편 정도가 된다. 사람마다 읽고 느끼는 감정적인 마음이 다 다르겠지만, 주변인과 문학 여름호에서 문근영 시인의 동시 ‘횡단보도’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두 그려 놓은 좋은 동시라 생각한다. 세상이 다양한 구조로 얽혀있다 보니 복합적인 정신 구조로 시를 쓰는 시인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작품들이 개인의 성향을 너무 크게 담아 놓다 보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나만 생각하고 이해되는 글은 읽는 이의 공감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크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문근영 동시는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동시다. 신호등 초록 눈금을 휴대폰 배터리 눈금처럼 읽어내고 이 눈금이 다 떨어지면 횡단보도도 방전이 되는 것이라 읽어내고 있다. 그리고 횡단보도의 선이 피아노 건반으로 그려낸 점은 아이들이나 어른 모두에게 공감의 폭을 확장시켜 놓았다고 본다. 이쪽은 도레미파솔라시도 저쪽은 시라솔파미레도 서로 음계를 밟아 온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게 모두 삶의 건반을 조율하듯 아름답게 그려냈다. 신호등이 멈추면 피아노가 사라진다는 생각까지 덧붙였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출처 : 원주신문 http://www.iwj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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